장병규, 류중희의 90년대 공대생 만담

  • 2016.02.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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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과 스타트업, 과거에서 배우는 미래

LP에서 카세트 테이프, CD를 거쳐 MP3에 이르기까지 달라진 것은 음악 듣는 방법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셀 수 없이 많은 기술이 사라지고 생겨났고, 우리의 생활 역시 달라졌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기술과 기기가 등장할까요?  우리의 삶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 

91학번 공대생 장병규 파트너는 네오위즈, 첫눈, 블루홀스튜디오를 연달아 창업해 성공했고 현재 본엔젤스 파트너로서 투자 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92학번 공대생 류중희 대표는 기술 중심의 컴퍼니 빌더, ‘퓨처플레이’를 이끌고 있습니다. ‘기술’과 ‘스타트업’의 한가운데서 그 변화의 흐름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번째 D2 STARTUP FACTORY 전문가 강연은 90년대 공대생들인 이들의 만담으로 펼쳐졌습니다. 90년대에 사라진 기술과 새로 등장한 기술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유의미한 기술을 훑어보며, 미래에 필요한 기술과 살아남을 스타트업을 가늠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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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택의 순간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때마다 어떤 잣대로 결정하셨나요

장병규) 핀치에 몰려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면 절대 안 돼요.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서, 숙고의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해요. 전 주로 한강에 갔어요. 의사결정을 잠시 미루고, 그새 내 생각이 변하진 않는지 지켜보기도 하고요. 덧붙이자면, 요즘 멘토링이 많으니 이를 잘 활용해 조언 받고 경청하세요. 하지만 결국 결정은 자기 자신의 몫입니다. 

 

Q. ‘기술 기반’이란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어떤 기업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범주에 속하는 건가요?

류중희) 결국 기술의 ‘농도’ 문제 아닐까요? 기술이 핵심역량인지 아닌지, 가령 한 스타트업이 투자 받을 때 핵심요인 중 하나가 독보적인 기술이라면 기술 스타트업이라 볼 수 있겠죠. 또다른 기준이 있다면, 갖고 있는 기술이 시장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 여부일 것 같습니다.

장병규) 동의해요. ‘정도’의 이야기라 칼같이 구분하긴 어려워요. 그런데 기술 스타트업은 축적된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기술역량이라는 건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구성원들의 이력, R&D 히스토리 등을 보면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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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많은 분들께서 기술 기반 창업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서비스 창업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류중희) 우선 기술 기반의 창업을 그리 선호하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기술에 대한 배경지식 없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무슨 기술인지 왜 좋은지 잘 모를 수밖에요. 당연히 투자로 이어지지 않겠죠.

장병규) 스타트업에 가장 중요한 건, 문제 해결이에요. 본엔젤스에선 ‘업’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문제를 풀기 위한 핵심역량은 절대 아웃소싱할 수 없어요. 영업이 중요한 업이면 창업팀에서 직접 영업해야 하고요. 기술이 중요한 업이면 창업팀이 기술 개발을 해야하는 거죠. 업을 먼저 정의하고 팀을 구성하는 게 정론이지만, 팀 구성에 맞춰 업을 찾는 것도 방법이긴 해요. 이렇게 보면 기술 기반도, 서비스 기반도 어렵긴 매한가지죠. 창업 중에 쉬운 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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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술 변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데, 스타트업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나요?

류중희) 묵묵하게 끝까지 버티는 거죠. 이외수 작가가 말한 ‘존버 정신’인데요. 버텨서 망한 분은 못봤어요. 전 정신승리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병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시대를 앞서 읽어야 해요. 기술을 상용화해서 실제 적용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죠. 결코 짧지 않은 이 시간을 버티려면, 착실히 준비해야 합니다. 오래 버텨서 성공을 거뒀다면, 망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려요. 쉽고 빠르게 성공하면, 그만큼 카피캣이 나오기도 쉽죠. 스타트업의 양면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류중희) 덧붙이자면, 자기합리화를 하든, 취미활동을 하든 자신의 행복지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가끔 자기파괴적인 창업가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회사는 망할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까지 망하면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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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6년, 가장 핫한 기술분야 또는 주목할만한 스타트업이 있다면?

류중희) VR/AR, 자율주행, 드론, 인공지능… 전세계적인 기술 흐름이 있지만, 그에 해당하는 한국 스타트업은 없습니다. 이 흐름에 발걸치는 스타트업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도전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실패하는 팀들도 많겠죠. 하지만 결국 그 시체 위에 꽃이 필 겁니다.

장병규)  해외 대비, 한국은 창업하기 꽤 좋은 환경입니다. 지금보다 더 환경이 좋아지길 끝없이 기다려선 안 돼요. 결국 창업 의지가 관건이죠. 새로운 기술 혁신이 여기저기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열심히 캐치업하세요. 요소 기술 조각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순간, 스마트폰처럼 뭔가 툭 튀어나와 대중화될 겁니다. 모든 걸 한 기업이 다 만들긴 어려워요. 요소 기술에 집중해 도전한다면 분명 유의미한 스타트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신다면?

장병규)  창업가는 낙천적인 동시에 현실주의자여야 해요.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을 확고히 가져가면서도, 매일매일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하죠. 모순되죠? 대부분의 창업자가 조울증을 겪을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공동창업을 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어요. 서로 역할을 나눌 수 있거든요. 꿈을 꾸는 것과 현실을 바라보는 것, 둘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춘다면 멋진 회사가 나올 겁니다.

류중희) 창업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에요. 세상의 수많은 돈버는 방법 중 창업이 어려운 것은 두 마리 토끼를 노리기 때문입니다. ‘멋있게’ 돈을 벌어야 하거든요. 정말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그 끝에 거둔 성공은 비교할 수 없이 값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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